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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큰 새를 좁디좁은 새장에 가둬 놓았으니 큰 새가 좁은 새장에서 오죽 배기겠습니까? 누님이 바로 그 새입니다. 이 산중을 다 덮을 만큼 큰 새란 말입니다. 누님은 더 큰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균은 잠잠하던 누이의 눈이 작게 일렁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균은 누이의 눈에서 일말의 희망과 쓰디쓴 절망을 읽고 말았다. 자신과는 또 다르게 입신양명을 하고 싶어하는 누이, 그러나 여인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이를 포기해야 했던 누이를 바라보며 균은 그만 마음이 착잡해졌다. 공명. 크게 빛난다는 뜻으로 누이가 그녀 스스로를 위해 지었던 자였다. 사내만이 가질 수 있었던 자를 누이도 가지게 되었을 때, 그리고 원직이나 사원이 이를 인정해 주어 누이를 공명이라 불러 주었을 때 누이는 얼마나 뛸 듯이 기뻐했던가!..
강유가 손에 든 것은 백단으로 만든 향이었다. 백단 자체는 구하기 번거로운 향은 아니었지만, 이 근방에서는 백단이 나지 않아 강유가 단기간에 저 향을 준비해 오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조광은 잠자코 백단향을 피우는 강유를 바라보았다. 조광은 백단의 소담한 향이 왠지 모르게 강유와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윽고 향이 타오르며 단아하고 무거운 내음이 조광의 코 끝을 간질이며 올라왔다. "백단향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나보다야 조 장군께서 이 향을 좋아하셨지." 강유는 준비해 온 백주를 위패 앞에 놓여진 흰 잔 위에 따랐다. 햇곡식 냄새가 나는 맑은 술이 잔 안에서 잘게 찰랑였다. "아버님께서 말입니까?" "너 대신 조 장군의 위패를 모시고 제를 지내 주겠다는 말을 내가 허투루 했던 줄로만 알았더냐?" 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