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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의 내음만이 도처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평소에 무후께서 좋아하시던 향이라며 하인들이 준비한 향이었다. 어쩐지 소탈하면서도,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향은 몇 번 만나지도 못했던 아버지를 닮았다. 딱히 연유는 없으나 첨은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여러 내음들은 제각기 첨의 기억을 빌려 무후의 모습을 여럿 그려 내었다. 처음에는 그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하던 무거운 손이 있었다. 길고 흰 손을 가진 아버지에게는 죽간과 먹의 내음이 은은하게 풍겼다. 둘째로는 피의 냄새. 아버지가 직접 전장에 나가는 일은 잘 없을 터이니 그것은 다른 무관들에게 옮아 온 것이었으리라. 아버지가 들어올 때마다 첨은 예민하게 그 내음을 알아채고는 했다. 세번째로 첨은 향의 불빛 속에서 어린 자신을 따스히 훈계하던 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첨은 축축히 젖은 두 눈을 내리깔았다. 떠올랐던 여러 잔상들은 이윽고 관 위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첨은 그리움에 젖은 시선으로 관을 어루만지듯 바라보았다. 아버님. 못 다한 일들이 혹 원통하실까요, 그저 안타까우시지는 않으십니까. 그러나 첨의 탄식은 몰아치는 바람 사이로 쉽사리 사라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첨은 속에서 뜨겁게 울컥하는 것을 문득 느끼었다. 첨은 무너지듯 쓰러져 속에 든 것을 온통 쏟아서 늘어놓고만 싶었으나 그는 애써 자세를 바로 했다. 아我는 항상 의연하고, 바른 면만을 보여야 하는 무후의 자식이라. 그렇기에 첨은 그 감정을 대신하여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힘겹게 씹어 삼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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